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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PC주의에 경도된 괴이한 올림픽

괴이했다. 파리 올림픽 개회식 예술 감독을 맡은 토마 졸리도 이런 반응을 내심 우려했나 보다. 개회식 배경 중 하나였던 콩시에르주리에서는 프랑스 혁명가들의 노래인 ‘Ah! Ca Ira(아, 괜찮을 거야)’가 흘러나왔다.   어쩌나. 안 괜찮았다. 세계인이 보는 개회식에서 목이 잘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남긴 건 물음표뿐이다. 프랑스의 극좌 정치인 장뤼크 멜랑숑 마저 “왜 앙투아네트였는가”라며 고개를 갸웃할 정도니 말 다 했다.   말이 나올만한 장면은 계속 이어졌다. 갑자기 세 명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남성, 여성, 성 소수자다. 이들은 한 방으로 들어가 야릇하게 포옹을 하더니 문을 확 닫아 버렸다.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다. 방 안에서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어린 자녀와 개회식을 시청한 부모들에게는 매우 난감한 순간이었다.   또 있다. 얼핏 스머프인가 했다. 난데없이 디오니소스가 마이크를 잡았다.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가 술과 욕망의 신으로 분장했다. 파란 망사 옷을 입었지만 사실상 나체다. 노래 제목마저 ‘Nu(벌거벗은)’였다.   급기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까지 패러디했다. 예수의 제자들 대신 ‘드래그 퀸(여장남자)’이 등장했다. 지난 2012년 바로 옆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서 제임스 본드가 진짜 ‘퀸(엘리자베스 2세)’을 데리고 등장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최후의 만찬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자 종교계가 앞다퉈 분노했다. 그럴만하다. 프랑스 주교회는 즉각 기독교에 대한 조롱과 조소였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저명한 로버트 배런 주교(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그들이 과연 이슬람도 그러한 방식으로 조롱할 수 있었을까”라고 개탄했다.   그러자 개회식 예술 감독 졸리는 포용성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라고 항변했다. 단지 포용의 메시지 때문에 예수의 마지막 시간을 묘사했는가. 그 예술성으로 무함마드나 석가모니까지 함께 등장시켰으면 어땠을까. 반발이 우려됐다면 그는 전형적인 겁쟁이 예술가에 불과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저탄소, 친환경 대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대회 기간 육류 비중을 크게 줄이고 주로 식물성 식품을 선수촌에 제공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심산이었다. 기름 사용 때문에 급기야 감자튀김마저 뺐다.   무더위 속 냉방도 논란거리였다.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고, 선수단 버스의 냉방 장치를 제한했다. 친환경 대회를 추구하겠다며 선수촌 침대마저 골판지로 제작했다. 심지어 스웨덴 여자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은 불편함을 호소하다가 사비를 들여 매트리스를 따로 구매했을 정도다.   아이러니하다. 사회적 약자와 포용성을 강조하고 저탄소를 외치며 나름대로 의식 있는 대회를 준비한 파리 조직위원회는 정작 역대급 사치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화 케이스는 물론이고 메달을 운반하는 트레이는 올림픽의 프리미엄 파트너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명품 계열사들이 제작했다. 조직위원회가 유치한 스폰서십만 무려 13억 달러에 달한다.   그들은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파리와 주변 지역의 노숙자, 난민 등을 몰아냈다. 사실상 대대적인 ‘사회 청소’를 벌인 셈이다. 이중적이다. 올림픽을 명품으로 도배한 돈으로 약자를 도왔다면 파리의 그늘엔 햇볕이 들었을 터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을 상징하는 ‘DEI(Diversity·Equity·Inclusion)’의 개념 자체는 좋다. 단, 은연중에 특정 사상을 강요하면서 본질을 왜곡하려는 행태가 문제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어떤가. 인종, 성 정체성, 환경, 동성결혼 등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마치 진보적 생각이 우월한 것처럼 우겨대는 ‘워크(woke)’도 너무나 편협하다.   파리 올림픽은 특정 사상에만 경도되면 얼마나 괴이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촌극이었다.  곧 폐회식(11일)이다. 사상 강요보다 예술을 보고 싶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pc주의 올림픽 올림픽 개회식 파리 올림픽 개회식 예술

2024-08-08

올림픽에 전 세계 종교도 모였다

전 세계 스포츠인들의 축제인 2024 하계 올림픽이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가운데, 개회식 공연에 ‘드래그퀸(여장남자)’이 등장하는 ‘최후의 만찬’ 장면이 등장해 전 세계 가톨릭 교회와 기독교계의 반발이 일어났다. 일부 기업은 올림픽 기간 광고 후원도 철회했다.   ‘기독교 조롱’ 파문이 커지자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종교 단체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두고 불쾌감을 느낀 모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도 해당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식 유튜브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종교로 인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림픽의 탄생이 종교적 의식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림픽과 종교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파리 올림픽 논란의 원인   가톨릭과 기독교계의 반발을 일으킨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장면이다. 기다린 식탁 앞에는 예수와 제자들 대신 푸른 옷을 입은 여성 양옆으로 드래그퀸, 트랜스젠더 모델 등 공연자들이 앉아 있었다. 뒤이어 등장한 프랑스 가수는 망사 옷차림으로 식탁 위에 누워 ‘벌거벗은(Nu)’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체포되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 열두 제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가진 장면을 다빈치가 묘사한 그림이다.     이 장면이 전 세계로 보도된 후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 로버트 배런 주교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는 극악무도하고 경솔한 조롱”이라며 “이 신성모독적인 행위는 기독교를 적대시하는 ‘깊이 세속화된 포스트모던 사회’를 상징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이 감히 이슬람을 비슷한 방식으로 조롱했을까. 그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코란(이슬람 경전)의 한 장면을 조롱하는 꿈을 꿨을까”라고도 했다.   프랑스 주교회도 성명을 내고 “(해당 장면은) 기독교를 조롱하고 비웃는 장면이었다. 이에 깊이 개탄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장종현 목사)도 29일 논평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패러디 장면은 인종, 남녀, 종교를 넘어 상호이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으며 조직위원회가 이념을 끌어들임으로써 올림픽의 미래를 어둡게 했다고 비판했다.   미시시피에 본사가 있는 6대 통신업체 C 스파이어는 SNS를 통해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최후의 만찬을 조롱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올림픽에서 회사 광고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의식에서 출발한 올림픽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올림픽은 그들의 신 숭배와 연결돼 있다. 지난 4월 16일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 유적지에서 열린 성화 불꽃 점화 행사를 보면 여사제가 나와 고대 그리스의 태양신 아폴로에 기도를 올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지난 2016년 종교뉴스서비스는 역사학자 폴 카틀리지의말을 빌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올림픽 게임의 스포츠는 문자 그대로 종교적 운동이었으며, 종교적 헌신과 숭배를 나타내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예로  제우스에게 바쳐진 신성한 숲에서 자란 올리브 나뭇잎으로 만든 관, 과거 우승자들이 관을 쓸 때 제우스 신전으로 행진하고 신전 앞 재단에서 동물들의 피와 재를 뿌리던 의식 등을 소개했다.     이러한 행위가 이어졌던 고대 올림픽은 393년 기독교인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가 모든 이교 의식을 금지하면서 올림픽 게임도 취소됐다.     ▶재부팅된 올림픽   약 1500년 동안 금지됐던 올림픽은 1889년 국가 간의 평화를 촉진하고 프랑스의 운동성을 재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활했다. 프랑스 귀족이자 예수회 교육을 받은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영국 여행 도중 영국 국교회의 집사이자 ‘근육 기독교’를 옹호하는 토마스 아놀드의 작업을 접한 후였다. ‘근육 기독교’는 신체적 강함과 종교적 경건함의 결합이 전인적이고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남성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다.   피츠버그에 있는 로버트 모리스 대학 안토니오 모레티 교수(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드 쿠베르탱은 올림픽 운동선수는 “개인적인 신성한 성전을 구현할 것”이라고 믿었다. 드 쿠베르탱은 18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 창립 후 2년 후 아테네에서 진행한 첫 대회에 고대 게임의 종교적 장식들을 대거 사용했다.   ▶시민 의식으로 탈바꿈   오늘날의 올림픽 게임은 고대 못지않게 종교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올림픽 깃발 게양, 올림픽 찬가 연주, 올림픽 성화 점화가 그렇다. 개막식 동안 운동선수와 코치들이 맹세하는 ‘올림픽 서약’도 있다. 규칙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공정하게 경기하고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맹세다.     모레티 교수는 “그 규칙을 따르고 승리하는 선수들은 거의 ‘신성한’ 선수로 존경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은 법적 처벌보다는 영적인 처벌을 받는다. 또 올림픽이 끝나면 경기가 열렸던 장소는 일종의 신성한 장소가 되어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로 변한다.   현대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많은 올림픽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안정을 얻기 위해 종교적 자원을 찾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최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경기 중 특정 종교적 상징은 금지하지만, 개인적인 공개 활동은 허용한다.   AP뉴스에 따르면 현재 올림픽 선수촌에 세워진 공간에서  120명 이상의 종교 지도자들이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지원을 제공 중이다. 이 기사는 불교,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세계 5대 종교의 대표들이 도움이 필요한 운동선수나 직원들을 위해 예배와 기도를 하고, 고민과 정신적 어려움을 경청하는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종교 올림픽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파리 올림픽 올림픽 개회식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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